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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폭풍에 갇히다 - 1편 (Caught in Winter Storm - 1)
미국에서의 일상생활을 담게 될 카테고리에 처음 올리는 포스팅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학업과 일에 치이다 보니, 포스팅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당시 제 차에 장착되어있던
supseop.tistory.com
바로 이어서 두번째 포스팅 입니다.
한 세대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겨울폭풍
Once in a Generation Winter Storm
우선,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포스팅의 첫번째 블박 영상에 이어지는
두번째 블랙박스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영상에서 보실 수 있다시피,
눈 앞에 무언가 익숙한 붉은 빛이 반짝이길래
자세히 보니 참 다행스럽게도
아까 제가 지나치고 매우 많은 후회를 했던
차단막 점멸등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까와 같은
차단막을 지나치는 그런 실수를
또 저지르지 않고, 서둘러서
출구로 향하여 고속도로를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리고는 영상에도 나오듯이, 눈 앞에 바로 보이는
주유소/편의점 Casey's에 잠시 주차한 뒤,
이제는 무얼 어찌해야하나 와이프와 함께 고민했습니다.
맵 어플을 확인해보니 현재 이곳은
미네소타 남서부 메들리아(Madelia)라는 작은 마을이더군요.
평소 만카토에서 부터 운전하다보면
보통 20여분 안에 빠르게 지나가는 곳인데
무려 45분이 넘게 걸려 겨우 도착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도로상황은...
헬(Hell) 그 자체로써,
어디로 오가지도 못하고 갇히게 됩니다.
한 30분째, 차는 주차해 놓고
나오지도 않고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 저와 아내를
창 밖으로 유심히 지켜보던 점원 아주머니가 보이길래,
이거 눈치주는건가 싶어서 뭐라도 사기로 합니다.
들어갔서 커피를 뽑고 계산을 하려고 하니
계산 안해도 되니까 그저 너희들이
무탈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대뜸
"너희들 이 동네 사람들 아니지?" 하고 묻습니다.
그렇다고 하니,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만카토라고 했습니다.
놀라면서 도로 모두 막혀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합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도로가 전면 통제된게 벌써
이틀이 넘었고, 고속도로는 출입이 불가능하며,
우리 말고도 발이 묶인 손님들이 너무 많아
근처 모든 호텔들은 풀방이라는 정보를 얻습니다.
앞이 막막해집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차에 계속 틀어박혀 있어야 하나.. 벌써 이틀째라는데..
다행히도 근처에서 대화를 듣고있던 다른 아주머니가
근처 타운홀 및 소방서 건물에서 임시 쉘터를 만들어
무료로 도와주고 있다면서
아는 마을 경찰관을 불러주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기다린 뒤,
친절한 경찰의 안내를 받아
타운 청사 건물로 들어갑니다.
그 사이 마을 페북등에 쉘터 소식을 뿌렸는지
사람들이 줄지어 먹을 것과 보드게임 등을 가지고
건물 안 주방으로 계속해서 들어옵니다.
어서 먹으라고 계속 권유하더군요 ㅋㅋ
이게 미국식 시골인심인가 싶었습니다.
너무 친절하시더군요.
곧 있으면 이 블리자드가 조금 걷히려나
희망을 품어보다가도,
위와 같이 건물 밖에 잠시 나가보고는
금새 희망을 접곤 했습니다.
... 금방 그치진 않겠구나...
Madelia에 막 도착했던 오전 7~8시 즈음만 해도,
오후나 밤이 되면 눈폭풍이 그치고
도로도 정리되겠지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원치는 않았으나, 어쩔 수도 없었던
길고 긴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대충 아내와 같이 앉아서 기다리는데,
왠 동아시아인 남성이랑 백인 여성 커플이
쉘터에서 놀고있으니 굉장히 신기했나봅니다.
무수한 질문세례가 쏟아지고
호기심에찬 눈맞춤을 계속 받게 됩니다.
특히 4~50대 중년 분들은 무언가 끊임없이 질문하십니다.
한국 정치, 언어, 사회, 환경, 교육, 문화, 군사 등등...
그 다음으론
너희들 어떻게 만났니, 어디에서 만났니,
문화차이는 없었니, 행복하니, 등등...
머리가 어질어질하더군요..
곧이어, 군대에서나 익숙했던 일인용 간이침상이 펼쳐지고
부직포 이불 및 적십자표 세면품목등이 주어집니다.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샤워도 가능해서, 바로 청결하게 씻고 옷 갈아입고
일찍 누워서 잘 준비를 했습니다만
절대로 잠이 올리가 없습니다.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아무리 봐도 블리자드는 멎지 않고..
저나 와이프나 마음은 이미 오마하에 가있고...
아무리 확인을 해봐도 붉고 굵은 선 밖에 안 보이고...
사진에 나와있듯이 벌써 밤 9시인데,
여전히 전면 통제 상황입니다...
결국 자다깨다 반복하다 이튿날인
2022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오전이 되었으며..
오전 10시 50분 쯤에 가까스로 통제가 풀려
바로 연료 채우고 메들리아를 빠져나가게 됩니다.
쉽게 경험하기 힘든 매우 특이한 추억이었습니다.
힘든 상황에 큰 도움을 주신
메들리아 마을 주민들께
고마움의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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